나이 드는 게 두려운 단 하나의 이유는
앞으로 보내야 할 것이 많아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도 보내야 할 것들이 밀려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버겁다.
삶은 내게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알려 주려고 했지만
나는 그 가르침에 대해 너무나 열등하다.
이쯤 되니 '신'이나 '운명'이라는 것에
간곡히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처럼,
그러니까 마치 운명처럼 나타나게 하지 말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만큼의 가벼운 스침이라면
손바닥도 마주치지 않게 해 주길.
그것이 힘들다면,
스치는 것과 머무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와
스침인 것을 알았을 때 외면할 수 있는
담담함이라도 갖게 해 주길.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 중에서 / 민미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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