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고 보니, 부모는 자식 앞에서 한없는 약자란 생각이 든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약자니까.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화난 마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속상할 딸의 마음이 더 신경 쓰이는 것.
자신의 분노보다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더 쓰린 것. 그게 부모고 엄마다.
그래서 엄마들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하며 속사포처럼 쏟아 내다가도
이내 돌아서서 속엣말을 한다. 화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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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지금에야 나는 헤아린다.
떨어지기 싫다며 서럽게 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밀어 넣으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한시도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느끼면서,
혼나서 펑펑 울고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내 품을 파고 들어 안기는 아이를 안으면서 깨닫는다.
항상 함께하며 품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던 엄마의 마음을......
뒷북치는 게 특기인 딸은 오늘도 엄마 사진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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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내가 나눌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오며 조금은 서러웠고 때로는 외로웠다.
하지만 나는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도 같다.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칭찬과 보살핌을 바라며 응석을 부리던 아이의 마음을 보내고,
누군가 없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키는 법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홀로서기의 시간을 통해, 어른다운 어른으로, 한 사람의 엄마로, 오늘도 성장하는 중이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중에서 / 박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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