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시간 동안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라서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열심히 달렸다.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나를 안도하게 했다.
인생은 마라톤이니까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나아가서 완주를 하면 되는 거라고,
그 과정에서 나는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
인샌의 많은 고비를 무사히 넘어왔고,
그 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축복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느닷없이 밀려오는 상실감에
멈춰 서서 엉엉 눈물을 쏟던 밤.
켤코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 마라톤이 지긋지긋해졌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나는 중간에 우뚝 멈출 수도 없을 뿐더러
혼자의 힘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고독한 싸움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던 것 모두를 놓아버릴 만큼,
모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는데,
행복은 너무 시시하게
다시 내 일상 속으로 찾아들었다.
잃어버린 건 애초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린 것일지도.
너무 오래 열심만 쫓다
연료가 다했던 것뿐이다.
그래서 어딘가 허전했고,
그래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몫을 다한 연료가 다시 채워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 것뿐이다.
나는 타박타박 씩씩하게 속도를 내서 걷는다.
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 / 손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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